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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s, Thought and Life

(편집중인 글입니다.)
청주공예비엔날레 특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의 전시계획을 접한 알랭 드 보통과 운영위 측은 나의 전시 작품이 보다 공예답기를 권했다. 그래서 나는 공예가 무엇일까 고민했다. facebook 타임라인에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공예라는 것은 무엇인가?
단어는 환경과 시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공예(craft)라는 단어도 참 드라마틱하게 의미가 변화한 단어인데, 처음 craft라는 말은 재주(術)를 의미했다고 한다. 미술, 공예, 그런 모든 것이 뭉뚱그려져 있던 단어다. 그러던 것이 ‘실용적 목적이 없는’ 아름다운 물건과 그것과 상반되는 ‘실용적 목적이 있는’ 아름다운 물건으로 구분을 짓기 시작했다. 전자가 미술(fine art)이고, 후자가 공예(craft)다. 예로 부터 일반 서민은 조악한 생필품을 만들어 썼고, 귀족은 아름다운 물건을 장인에게 의뢰하여 만들어 썼다. 그러던 것이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공장에서 기계가 만들어내는 저품질의 대량 복제 공산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자 싸구려 공장생산품을 배척하는 의미에서 공예는 ‘정성스럽게 손으로 만든 아름답고’ 실용적인 목적이 있는 물건’을 의미하게 되었다. 윌리엄모리스의 공예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다시 세월이 흘러 이제 기계는 사람의 손재주를 넘어섰고, 사람들은 아름다운 공장생산품을 만드는 행위에 대하여 Design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제 대량생산품도 충분히 아름답다. 그래서 이제 craft라는 말은 ‘손으로 만든’ 아름답고 실용적인 물건을 의미하게 되었다. 산업혁명이 막 일어났을 때처럼 ‘더 좋은 것’이라는 인식보다는 ‘다른 것’이라는 인식이다. 시대에 따라 공예라는 단어의 무게는 크게 아래와 같이 변해왔다.

‘실용성 있는’-> ‘손으로 만들어서 우월한’ -> ‘손으로 만든’

공예의 특성
그래서 오늘날 공예의 조건은 아름답되 손으로 만들어진 실용적 목적이 있는 물건과 그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손이라는 것은 어디까지가 손인 것인가? 금속공예가의 망치와 도예가의 전기물레를 치워야만 공예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CNC 라우터기계는? 그렇다면 실용성은 또 어떤가? 도자기인형도 분명 공예품이라 불리우지만 실용성은 제로에 가깝다. 공예라는 경계 불분명의 존재는 또 소재에 판단근거가 있기도 하다.  전통적 소재를 사용한다면 공예적이라고 불리운다. 그것은 한국에서 한지, 옷칠, 목공, 도자기라는 소재이다. 한국공예재단 (KCDF)에서는 전통공예소재에 대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http://material.kcdf.kr/material/main/index/index001.jsp)
이런 소재가 사용되면 실용성이 떨어져도 공예라고 인정받는 편이다. ‘단련한 손기술로 아름답게 만든 상품’이 공예라면, 플라스틱을 정성스럽게 깍아 만든 인형도 공예여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공예로 인정하지는 않는 편이다. 이렇게 조건에 따라 차를 떼고, 포를 떼고 나니 공예는 모더니즘 시대의 기준점에서 추억꺼리들의 아련한 조합들일 뿐이다.

공예의 정신
공예재단의 지원금을 받을 때나 공예분야의 공모전에 도전할 때를 제외하고는 무언가를 만들 때 공예인가 디자인인가를 특별히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잘 만들면 되니까. 그런데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이니, (청주공예비엔날레 특별전의 제작 지원금을 받았다.^^) 공예라는 화두에 답을 해야 한다. 공예의 정신은 무엇인가? 공장생산품과 대비된다는 특징으로 공예는 소량생산이고, 소량생산인만큼 생산과정에 더욱 가깝게 관여할 수 있으니 제품생산에 들이는 정성과 관심이 더욱 직접적일 수 있다. 이는 마치 마트에서 사먹는 완성 조리제품과 재료를 사서 만드는 요리라고나 할까? 이제 도자기까지 3D프린터로 출력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3D프린터의 생산품은 직접적인 생산을 지켜보고 콘트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예적인 속성이 많다. 이 변화의 시대를 맞아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생산, 메이커문화 전체를 공예로 봐야 하지 않을까? 간단한 것인데 일부러 천천히 가는 사람들. 가능한 한도내에서 저자성을 확보하여 남겨둔 작업들.

과거에 공예라는 말이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해 왔듯이 정보화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 공예라는 단어는 또 한차례의 변화를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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