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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s, Thought and Life

인생의 2/3를 보내는 회사
노동은 그 사람의 인생, 그 자체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평균적으로 9시에 출근하여 7시까지 일을 했다. 하루 평균 10시간으로 계산을 하면 인생의 절반 정도. (일주일 168시간 – 일주일간 수면시간 49시간 -일주일간 업 무 50시간 = 잔여 69시간 ) 하지만 야근이나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오가는 시간, 출근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인생의 2/3 이상은 족히 회사를 위해 보내는 시간일 것이다.

내가 가졌던 일에 대한 잘못된 태도
비교적 또래보다 기민한 손재주로 잘나가는 디자이너였던 나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일들을 해냈고, 동료들은 그 결과물을 좋아해줬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시간을 쪼개서 일러스트나 페인팅 같은 나만의 작업에 시간을 투자했다. 근데 그런 작업들이 널리 알려지게 되어 경영진의 눈에도 들어가게 되었고, 경영진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염승일 사원은 왜 회사의 일보다 개인작업이 더 빛이 나느냐?’, ‘회사에 별로 애정이 없는 것이 아니냐?’ 그들이 재기한 의문은 부당하지 않았다. 철없던 그 당시의 나는 나의 능력으로 회사에 이로움을 주고, 그만큼의 대가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마치 디자인회사가 외주로 디자인업무를 하는 듯한 자세였다.

공동의 자아, 회사
회사라는 것은 하나의 아이덴티티(자아自我)다. 한 개인이 SAMSUNG이나, NHN이라는 이름이 적힌 명함을 내밀면 사람들은 ‘아~’하고 그 개인을 대단하게 봐준다. (회사를 벗어났을 때, 개인이 다시 초라해지는 것도 문제이긴 하다. 어쨋든…) 2만명, 5000명이 하나의 이름 아래 집단의 지성과 땀을 모아 거대한 하나의 유기체를 만들었으니, 사람들에게 그것이 더 큰 존재로서 영향을 미치고, 그만큼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개인은 그 유기체를 이루는 하나의 세포로서 회사를 기꺼이 자신의 자아로서 자랑스러워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에 대한 공부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회사의 중요성과 회사원이 된다는 것의 무게감을 알고 있는데, 어린 시절의 나는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았다.

조직안에서의 조화
회사 업무를 통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고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채워지지 않는 마음 속의 공허함이 있었다. ‘나’라는 개성의 표현욕구가 있었고, 내가 하는 디자인이 기존의 그 회사의 아이덴티티에 녹아들어야만 한다는 것이 아쉬웠다. 다르게 얘기한다면 내가 하는 일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물론 큰 회사에서 적절히 자신의 재능과 개성을 꽃피운다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럴려면 그 회사에서 꽃피울 수 있는 알맞는 재능이 있고, 그 회사에서 그 자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회사 안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면서 그 기회를 엿보며 그 위치로 조금씩 움직여 나가야 한다. 그런 기회는 그 회사에 아예 없을 수도 있다. 새로운 스타트업에 자리잡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나’라는 브랜드를 위한 삶
일본에서 다녔던 마지막 회사에서의 디자인 센터장은 하루 14시간 이상을 회사를 위해 시간을 쓰는 사람이었고, 나는 10시간만을 회사를 위해 쓰는 사람이었다. 아마 동료들도 비슷했을 것이다. 회사에서 만드는 것이 그들의 최고의 걸작이면 되는 사람들이었는데, 나는 회사에서의 작업 외에도 또 다른 걸작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들 수 있는 작업에 나의 시간을 100% 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처럼 분리되어 있던 자아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과 같은 순간이었다. ?내가 하던 일은 브랜드 경험디자인이라는 업무로 일본에서의 NAVER브랜드를 확립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진정 만들고 싶어하는 브랜드는 YOMSNIL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다시 노동의 시간
그래서 나는 일본에서 회사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왔다. 못 마쳤던 대학을 졸업하고 내 그림을 그리면서 그 사이에 미술과 철학과 경제를 공부했다. 인문학적인 기본을 공부하면서 아티스트로서 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길렀다. 그리고 요즘은 하루 15시간 이상을 다시 즐겁게 충실히 일하고 있다. 이제 나의 이 즐거운 노동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것만이 오롯이 숙제로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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