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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s, Thought and Life

유희
어렸을 적 알록달록한 레고블럭으로 조형물을 만드는 것도, 머릿속에 상상하던 것을 끄집어 내어 종이 위에 그려내는 것도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유년시절 형은 학교에 가고, 부모님은 맞벌이로 집을 비우고 나면 나는 온갖 상상을 하며 그것을 벽에 온통 낙서로 표현했다. (그것에 대해선 별로 혼나지 않았던 기억인데, 부모님의 넓은 아량에 존경을 표한다.) 이 시절부터 나는 막연히 화가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랑받기
초등학교 쉬는 시간에 내가 그림을 그리면 친구들이 내 주위를 둘러 내 그림을 보곤했다. 지점토로 손가락만한 인형을 만들고 색칠하여 친구들에게 나눠준 적도 있었는데, 대단한 인기였다. 내가 직접 그림을 그려서 만든 크리스마스카드 역시 마찬가지여서 나에게 크리스마스카드를 못받은 친구는 단단히 삐치기도 했다. 그림을 그려서 상을 받기도 하고 이렇게 그림을 그리면서 친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내가 만약에 정우성처럼 잘생겨서 미소만 지어보여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해도 지금처럼 계속 그림을 그렸을까? 적어도 지금처럼 열심히 하지는 않았겠지.

유일하게 할줄 아는 것
97년 IMF시절, 우리집도 여느 대한민국의 가정과 다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경영하시던 건축회사를 접으시고, 가세가 급격히 기울어 시련의 시간이 찾아왔다. 그래서 미술학원에서 3일 동안 강사로 일하면서도 더 일을 해보겠다고 무리하게 욕심을 냈었다. 육체노동과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던 터라 버거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3일만에 몸살이 단단히 났다. 몇개월 후 카페에서 서빙아르바이트도 시도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내내 일해도 지치지 않는 것이 그림에 관련된 일이었고,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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