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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s, Thought and Life

빅뱅이나 지구의 기원까지 쫓아올라가지 않더라도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로, 단순한 개체가 점점 더 복잡하고 구체적인 형태로 진화한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이다. 일례로 고원지대에 살고 있는 티벳인들은 다른 지역의 인류에 비해 적은 량의 산소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혈관이 발달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인류가 지금 이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산소가 희박한 고원지대에서 산소공급에 유리한 혈관을 가진 돌연변이 아이가 성인까지 살아남고, 불리한 조건의 영아는 죽음을 맞이함으로서 만들어진 자연선택이다. 진화라는 것의 절대요소는 죽음이고, 진화의 원인은 질병을 포함한 환경이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 인류는 공학으로 환경을 극복하고, 의학으로 질병을 이겨내었다. 환경적응에 불리한 유전자들도 인류의 발명품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자연복제할 수 있는 시기까지 그 삶을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21세기 인류의 자연스러운 진화는 급격히 둔화되었다.

그대신 인류는 이제 스스로에게 만든 조건으로 진화한다. 인체에 해로운 유전자조작 식품이나 발암물질, 방사능 피폭, 도시의 스모그와 같이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위험에 의해서 죽음이 만들어지고, 스스로 배아 상태의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서 신체와 지능을 강화해갈  것이다. 현재도 신체의 색깔과 같은 요소들은 배아상태에서 선택이 가능하다고 한다. SF영화, 가타카에서 그린 미래가 눈 앞에 다가와 있다.

인류가 시간을 거듭하여 모든 지식에 접근하는 것은 선(善)한 일이다. 생존을 위협하는 재해를 예측하거나, 질병의 원인을 파악하여 회피할 수 있다. 인류가 낮은 지적 단계에 있었을 때 신의 행위로만 여겼던 많은 일들의 인과관계를 이제 제대로 파악하고, 심지어 재연할 수도 있다. 윤리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기능과 원리를 파악하는 일은 한 세대의 삶의 연장과 풍요를 위해 결코 떨쳐낼 수 없는 유혹이다.

그래서 그 늘어난 앎을 바탕으로 인류는 스스로 진화를 선택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선택은 다원성을 확보하는 선에서 최대한 공정해야 하는데, 이는 벌써 맞닥들인 문제다. 질병이나 연령에 따른 의료보험 적용 범위에 변화를 주면, 양적인 연령별 인구수는 그 정책결정에 의해 변화한다. 결국 인간이 인간의 수명을 결정하고 심판하는 것인데, 인류의 앎이 증가할수록 이런 설정은 세밀해져야 할 것이다. 진화를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자 혹은 그룹은 대다수의 동의를 얻어 정당한 결정을 하여야 한다. 혹은 소수집단을 위해 속임수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민중들은 그 진화의 틀에서 버림받지 않도록 궁리해야 한다.

전형적인 SF 디스토피아의 스토리로 흘러가지만, 앎이 증가하는 인류의 방향성은 그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역사 위에서 예술가답게 세상을 관조하고 있는 것이다. 진화가 좀 더뎌진다고 해도 별 일은 아니다. 진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급은 슬기롭게 투쟁해야 할 것이며, 적당히 행복을 위해 균형을 잡아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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