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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s, Thought and Life

간략화와 그에 따른 장애
캐릭터의 묘미는 간략화된 신체에 있다. 사진과 영상이 발달하여, 그대로 제현된 인간의 이미지(배우,아이돌, CF모델)가 넘치는 현대에서 그림의 매력은 실사와 다른 가상이거나 실사를 뒤튼 상(像)일 것이다. 간략화된 캐릭터의 매력은 단지 실사의 인간의 상과 다르다는 것 뿐만은 아니다. 동그랗게 원 안에 평행한 두개의 원을 그려넣으면 우리는 그것을 얼굴로 인식한다. 간략하게 그린 그 얼굴엔 다양한 주변의 인물들을 대입시켜 떠올릴 수도 있다. 캐릭터의 경우에는 원형-매체-인식의 단계에서 매체를 비틈으로서 인식의 재미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간략화된 캐릭터는 간략화를 통해서 장애(handicap)를 얻게 된다.

미피는 손가락과 코가 없고, 벌어지지 않는 입을 가지고 있다.
키티는 벙어리장갑 같이 엄지손가락만 있는 손이 있고, 입과 발가락이 없다.
스폰지밥은 귀가 없고, 패트릭스타는 코와 손가락이 없다.

미피는 반지를 낄 수 없고, 콧구멍을 팔 수 없다. 키티는 (할 필요가 없겠지만,)?손가락욕(F**k you sign)을 할수 없다.

물리적 한계를 지닌 캐릭터들

물리적 한계를 지닌 캐릭터들


HAFY 캐릭터의 신체적 특징


내가 그리고 있는 ‘하피’ 역시 인간의 신체를 간략화하고 변형하면서 장애가 생겼다. 우선 나의 캐릭터 역시 손가락이 없다. 하지만, 계속 없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 손가락을 그려야 필요가 있을때는 그린다. 내 안에서 이것은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대상을 원거리에서 봤을때 그 형체가 덩어리가 되어 보이고, 가까이에서 봤을때 신체의 부분이 인식되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런 인식적인 틀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냥 길을 걸어가는 행인을 볼때 우리는 그 사람의 손가락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멈춰서서 땅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면, 우리는 돈을 줍는 그 사람의 손가락끝을 의식하여 바라보게 된다. 그런 묘사의?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손가락을 그린다.


메멘토모리(Memento mori)를 상징하기 위하여 해골과 같이 뻥 뚫린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 HAFY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근데 눈동자와 눈근육이 없다보니, 시선처리나 감정표현이 안된다. 도자기의 경우에는 그것을 3D로서 그대로 표현하고 있지만, 2D 이미지의 경우에는 표현력에서 잃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교묘하게 뚫린 눈 부분을 눈동자처럼 활용하고 있다. 관객의 눈을 기준으로 모든 투시를 맞추어 구멍을 내면 머리통 속이 비어있는 느낌을 주는데, 저 어둠을 눈동자로 활용하여 표현하면, 안에 까만 눈동자가 차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마치 MC에셔의 그림에서 한가지 상이 음양으로 달라지면서 착시를 일으키는 것과 같이 한가지 사물을 다른 시점으로 볼때마다 그것의 격상이 바뀌는데, 나로서는 만족스럽다.


HAFY캐릭터는 귀가 없다. 하지만, 귀에 대충 수화기를 가져대거나, 귓속말을 할 수 있다. 귓구멍을 파는 것도 귓구멍을 측면에서 정확히 들여보는 씬이 아닌 이상, 무리없이 표현 가능하다. 얼굴 옆에 달린?귀의 위치때문에 인간의 관습적인 포즈가 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피의 머리통에는 다양성을 상징하는 뿔이 박혀 있어, 기본적으로 모두 대머리와 같은 모양이다. 저 뿔들 자체가 머리카락이기도 하지만, 결국에 머리카락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는 만들 수가 없다. Bart Simpson이 삐죽삐죽 삐친머리를 빗는 장면을 볼 때 참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어깨
머리가 크다보니 어깨가 거의 없다. 사회적인 관계를 설명하며 무등을 태우는 동작을 만들어내곤 하는데, 이럴때면 어깨를 좀 늘려서 그리는데, 아직 그리 자연스럽지는 못한 편.

다시 키티로 돌아가 생각해보자. 우리가 애완동물을 키우며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개나 고양이는 인간의 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개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커뮤니케이션한다면 얼마나 짜증나겠는가? 밥달라. 심심하다. 3세의 정신연령으로 얼마나 떼를 쓰겠는가? 그래서 키티는 애완동물과 같은 존재이고 입이 필요없는 것이다. 조용한 고양이 애완동물과 같은 성격인 것이다.

느슨하게 그때그때 가변적으로 신체를 변형하는 것이 HAFY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HAFY만의 아이덴티티가 흐려지지 않게 신경 쓸 필요도 있다.

이렇게 캐릭터마다 물리적 한계를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다. 나중에 이런식으로 유명캐릭터에 대한 리뷰논문을 써봐도 재미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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