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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s, Thought and Life

메이드인문래 퍼포먼스 리허설 장면

발굴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미 제작문화 씬에서 이름이 알려진 있는 집단이나 개인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다른 차원의 미술영역에 있는 신인이었다. 쉽게 표현하자면 이번 전시를 통해 발굴되었다랄까. 이번 전시를 기획한 손주영 연구관과 이현주 학예사는 작년가을 청개구리 제작소를 방문하기위해 문래동에 들렀다가 문래예술공장 studio M30에서 내가 준비 중인 ‘메이드인문래’의 리허설 광경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본 공연날에도 와서 확인해주었다. 흔쾌히 제3전시실의 제일 넓은 입구에 자리를 잡아 나를 초대해주었다. 2014년의 메이드인문래는 여건 상 조촐한 홍보와 단 하루만의 공연 밖에 치룰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의 방문은 최고의 성과였던 셈이다. 2014년 9월에 치뤘던 메이드인문래 전시를 5개월 만에 다시 준비하면서 더욱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조형물을 몇가지 보완하여 추가하였고, 문래동 수집품으로 만든 천근성 작가의 작품을 함께 배치했다.

운송
이삿짐을 싸듯 작업실 식구들과 전날 내내 함께 포장을 하여 1톤트럭을 불러 작품을 옮겨 설치했던 것이 첫번째 전시의 작품운송 방법이었고, 갤러리의 운송업체가 그림을 걸어주고, 전시 종료 후 내가 쌌던 포장방법 그대로 다시 포장하여 반송받았던 것이 두번째 전시의 운송경험이었다. 이번에는 5톤트럭으로 3명의 경험풍부한 스텝들이 작품을 싣고 포장하여 옮겨주었다. 운송면에서 나는 별로 힘 들일 것이 없었다. 작가로서 더 대우받고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문래예술공장 앞에 놓여 있어서 studio M30으로 손쉽게 굴려?가지고 들어가 사용했던 원형 철파이프를 지게차를 불러 들어올려 옮길 때는 대단한 조형작가 된 기분도 들었고, 또 이렇게 애써 옮기는 것이 그 곳에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가치있는 의미를 발휘하게 될까 자문하는 계기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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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국립미술관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은 작가에겐 큰 영광임에 분명하다. 더욱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내가 어렸을 적 빈번하게 들르며 미술가의 꿈을 키워왔던 곳이라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미술관은 늘 완성되어 나를 맞이하는 공간이었다. 그런 완벽하고 정숙을 요구하는 공간에 아침부터 출근하여 설치를 하고, 밥을 먹고, 미술관의 창고에 내 짐을 두고 작업을 하다보니,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중압감을 깨고 온전히 나의 작업장으로 느끼게 되었다.

지역성
사실 문래동을 문래동의 예술시설에서 보여줬던 첫 전시보다 문래동을 과천의 산 속 미술관에서 풀어 재현해놓는 것이 오히려 미적 가치를 살린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문래예술공장에서 전시를 할때는 전시장에 들르기까지 관객이 경험한 것을 전시장에서 곧바로 재경험하게 하니, 감각의 재현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할 수 있겠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숲을 걷는 동안의 고요함과 문래철공단지의 소음이 대비를 이뤄 그 간극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부담
이전의 첫번째 사물학 전시의 내 자리엔 이정재, 임수정이 주연한 전준호, 문경원 감독의 ‘세상의 저편’ 영상작품이 있었다. 연구관은 이번 전시에서 ‘사물’을 더욱 날 것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지만, 날 것도 그 정도가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전 전시에 뒤지지 않겠다는 부담을 스스로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빠르게 설치하고 빠지려 했던 의도와는 다르게 또 많은 시간을 전시에 투자할 수 밖에 없었다. 이태원 공간에서의 아트디렉팅 업무에서 손을 뗀 것은 어쩌면 다행이었다. 작품을 옮기고, 설치하고, 텍스트를쓰고, 문래동의 영상을 찍고, 퍼포머를 섭외하고, 안무를 짜고, 퍼포머와 함께 연습했다. 어떻게 보면 어려울 것 없는 일들이지만, 버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버거웠다는 것은 그만큼 도전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그렇게 스스로 위로한다.

메이드인문래 퍼포먼스 플랜

업그레이드
지난 전시에 비해 일찍 퍼포머를 찾아나섰다. 지난번에 협연했던 임은조가 이번에도 함께 했고, 댄싱9에 출연했던 이루다, 이루마 자매가 흔쾌히 참여하면서 퍼포먼스의 구성을 편하게 풀 수 있었다. 임은조와 이루다 자매가 각각 한번씩 미술관에서 오브제와 함께 연습을 했고, 셋이서 한번 협동 연습을 했다. 총 30회 정도 춤을 춘 것 같다. 첫 연습에서는 음악에 맞춰 자유 율동을 주문했다. ?첫날의 연습을 통해 출연자들이 음악을 제대로 외웠고, 나는 음악시간에 따른 시공간 플랜을 알기쉽게 그래픽으로 제작하여 공유했다. 출연자들이 음악을 외운 덕에 두번째 공동연습부터는 무용의 스피드와 무용할 때의 신체모양을 세심하게 조율하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두번째 연습을 마칠 즈음에는 철물을 두드리는 방식과 박자를 결정했고, 마지막날에는 두드리는 음색을 아름답게 내는 방법과 관객동선을 고려한 퇴장의 방법을 결정했다. 마지막 비디오에서도 철물을 때려서 내는 소리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특별한 실수 없이 완벽한 공연을 만들어 냈다.

설치과정 및 숙제
메이드인문래는 2014년의 공연에서부터 바닥에서 빛을 쏴서 벽에 오브제와 퍼포머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웠고, 그 시각적인 방법은 효과적이었다. 익숙치 않은 큰 그림자는 사람을 압도하며 스펙타클을 만들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는 5개월이라는 긴 전시기간과 미취학아동까지 아우르는 넓은 관객층이 제약요소였다. ?원래의 아이디어대로 바닥에 조명을 설치할 경우, 전선이 바닥에 드러나는 단점과 관객의 눈부심, 어린이 관객의 사고위험이 있었다. 일반 갤러리였다면, 원안대로 끝내?조명을 시공했겠지만, 공연 시의 조명 설정과 전시 시의 조명 설정을 달리하는 것으로 협의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장상황에 따라 스크린의 위치를 벽에서 스크린으로 바꿨다. 추가로 2장의 스크린을 요구했고, 미술관측은 최초에 족자형태의 스크린을 설치했다가 더 깔끔한 폼보드로 교체해주었다. 나는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해 포기했던 순간에 더 좋은 해결책을 제공해주었다. 그리고 아직 전시장 안에서 텍스트를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숙제다. 텍스트를 실크스크린으로 전사하고 싶었지만, 여건 상 그렇게 하지 못했다. 시트작업으로 타이틀과 년도, 작가명만을 표기하는 것으로 정해졌고, 다른 작가의 작품에 비해 나는 이미 많은 캡션을 요청한 상태였다. 나는 텍스트에 애착이 많은 편이다. 전시 조형물만으로 감흥을 주는 맛도 있겠지만, 나의 작품은 텍스트로 그 의미가 강화된다고 생각한다. 접는 팜플렛이나 포스터 가변형도 생각하고 준비해봤지만, 오프닝 시간에 앞서 제대로 디자인을 마무리할 수 없었다. 오픈을 하고 둘러보니 유인물이 많아서 나마저 유인물을 만들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최선의 방법으로 텍스트를 보여주는 방식을 결정해야겠다.

아직 완벽한 회고를 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이렇게 텍스트로 정리하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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