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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s, Thought and Life

Posts tagged 귀여움

사람들의 경향 혹은 사건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분류한 것을 긍정적으로 보면 ‘지식’이고, 나쁘게 말하면 ‘편견’이다. 펼쳐져 있는 정보는 체계화하고 분류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유용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정보를 지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을 잘 분류하면 그들을 이용하기도 용이한 것이다.(MBTI테스트를 통한 조직의 구성과 인사관리 쯤 될까.) 의외성을 인정하고 인류에 대한 따듯한 시선만 가지면 될 것이다.

Pictoplasma Berlin 행사에서 귀여운것을 직접 그리거나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하고 착했고 배려깊었다. 나는 그들 안에서 나는 너무나 행복하고 편안했다. 상상이 가나?

공예를 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성격은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하는 것을 즐기고, 끈기가 있고, 고독을 즐기는 편이다. 영업직의 사람들은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패션피플(이하, 패피)들을 떠올려보라. 엣지있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는 예민해야 한다. 그 엣지를 지키기 위해선 사람을 멀리하고 따돌릴 줄도 알아야 한다. (내가 패피를 너무 미워하나? 남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나도 가끔은 패피다. ) 많은 경영자들이 소시오패스의 긍정적인 발현이라고 하지 않는가.  사람들을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리저리 마음대로 움직여 배치시켜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니까. 그렇게 일과 취향은 성격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

다시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심미적으로 귀엽다는 것은 무엇인가? 귀엽다는것의 본질은 상대를 해할 의도나 힘이없다는 것. 가임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참고: http://yomsnil.com/시각감정-정의-귀엽다는-것에-관하여) 그래서 그것을 그리는 사람들도 귀여운 속성을 닮아 대부분 착하고 순하다.

그럼 섹시하거나 폭력적인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섹스중독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가장 섹시한 사람들은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모델, 댄서, 스포츠맨. 창작자라는 것 자체가 우선은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 관조적인 성격의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가해자의 위치에 서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 전제 하에서 귀여운 것을 그리는 사람보다 섹시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섹시하고 폭력적인거다. 성적 결합은 어쨋건 폭력적이다. 서로의 합의를 통해 다가간다해도 자신의 냄새를 다른 사람의 몸에 옮기는 것은 분명 미시적인 폭력이다. 남성을 남성답게 하는 토스테스테론은 폭력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짝짓기에 대한 열망과 집착은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가장 큰 동인이다.

사람은 일평생 거울을 보면서 살고, 작가는 자신이 그리는 얼굴이 자신의 얼굴을 닮았다는 소리를 지겹도록 듣게 된다. 동전 뒤집듯이 0과 100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귀여움과 섹시함(폭력)이라는 양 끝단 사이에 수많은 정도가 있다. 당신은 얼마나 귀엽고 얼마나 섹시한가?

나 또한 나의 섹시함을 숨키고 귀여운 것을 그린다. 그리고 베를린에서 귀여운 것을 그리는 귀여운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행복해 했다.

귀여운 것을 만들고 귀여운 사람들 사이에서 있는 것이 포근하고 좋지만, 오늘밤에는 몰래 폭력적인 그림을 한장 그려봐야겠다.

10여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로서
일하고,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아티스트로
데뷔했습니다. 다위니즘을 바탕으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위트있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건 귀여운 표정으로 만들어내곤 합니다.
-염승일 작가노트 중에서

내 작품에 대하여 ‘귀엽다’라는 말을 잘 듣는 편이다. 그래서 나의 작가 설명에도 당당히 그렇게 적어놓았다. 근데 과연 귀엽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일단 사전을 찾아보자.

귀엽다[형용사]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서 사랑스럽다.
유의어 : 사랑스럽다, 깜찍하다, 기특하다
-국립국어원 제공 NAVER국어사전

귀엽다= 나를 헤칠 수 없다
귀엽다라는 것은 그의 모습으로 인해 위협을 느끼지 않는 감정 상태를 말한다. 아기 사자와 성체가 된 사자를 비교해보라.?동물들에게 ‘귀여움’이란 특징을 보이는 시기는 유아기가 대표적이고, 갓태어나서 ‘전투력’이 없는 유아들은 귀여움으로서 자신의 생명을 보호받는다. 리차드 도킨스나 일반적인 진화론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투력이 없는 유아기의 동물들 중에 귀엽게 보이는 신체적 특질을 가진 유전자가 주변동물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여 생존률이 좋았을 것이다. 귀엽다는 특질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시각적 호르몬인 것이다.

귀엽다= 상대할 가치가 없다
동물의 귀여운 시절은 대체로 짝짓기의 대상이 될 수 없는?1차 성징 전의 가임불능의 시기이다. 동물의 섹스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 숫컷은 짝짓기를 위해 피를 흘리며 싸운다. 사람 역시도 그 성적 에너지 (테스토스테론[위키링크]) 때문에 청소년기에 많은 일탈과 모험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짝짓기 시기의 동물은 이성이던 동성이던 다양한 위협의 요소가 있고, 짝짓기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대상에 귀여움을 느낀다.

‘귀엽다’라는 말의 반대말, ‘섹시하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귀엽다’의 유의미한 반대말은 ‘섹시하다’이다.

그룹의 '나나'와 '리지'

그룹<오렌지캬라멜>의 ‘나나’와 ‘리지’

똑같이 호감이 가는 대상이라도 나나는 섹시하고, 리지는 귀엽다. 나나는 멋있고, 리지는 앙증맞다.

‘섹시함’이란 무엇인가?
예전에 대학생 시절에 내가 싫어하던, 신경전을 벌이던 여자와 섹스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보노보 원숭이[Wikipedia_EN]처럼 섹스로 긴장관계를 해소하는 심리였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날카롭게 경쟁하고 있었을 지언정, 그녀는 상대할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날 위협할 수 있는 강한 존재와 평화적 합병으로 힘을 모은다면 더욱 나의 힘을 강화시킬 수 있다.

다시 돌아가 나나와 리지의 사진을 보자. 노란 병아리가 날 헤칠까봐 걱정이 되지 않는 것처럼 아담한 리지에게서 위협을 느끼기는 힘들다. 나나는 신체적인 압도감을 바탕으로 톡 쏘아붙일 것 같은 긴장감을 준다.?나나는 섹시하다. 섹시하다는 말은 섹스의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는 의미인데, 섹스란 나의 유전자를 우수한 유전자에 교합시켜 내 유전자의 생존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다. 섹시함은 원활한 출산을 상징하는 풍만한 골반과 위험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 있는 긴 다리, 건강함을 나타내는 잘 관리된 윤기있는 피부와 긴 머리 등.. 신체적 건강함과 우월함에 기본을 두고 있다. 물론 오늘날의 병약함과 죽어감의 병적인 섹시함이 또 하나의 장르를 이루고 있지만, 이는 위대한 인간 문명의 뒤틀린 취향의 산물일 뿐이다.

전복된 귀여움의 예

-에로카와
귀엽고 섹시한, 에로카와( エロかわ:エロい、可愛い의 합성어)
물론 섹시하다라는 특성과 귀엽다는 특성이 디지털처럼 정확히 구획이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귀여우면서 동시에 섹시할 수도 있다. 재패니메이션 모에 장르의 대표적인 특징 중에 하나인 에로카와는 정복가능할 것 같은, 편안한 귀여움에 섹스의 환타지를 심었다.?섹스대상은 긴장감이 따르고 피곤하기 마련인데, 그것의 긴장감을 해소시킨 것이다.

Erokawa-Master

Erokawa-Master


– 귀여운 모습의 잔혹한 캐릭터들
Futurama의 Nibbler(아래왼쪽[Futurama_wiki])는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행성들을 파괴하는 파괴자로서 ‘귀여움’이라는 편견을 전복시킨다. 귀엽던 모습의 기즈모는 물을 접촉하여 그렘린을 낳고(분열생식), 기즈모의 자식인 그렘린들은 출생부터 성인의 모습을 하며 폭력을 일삼는다. 또한 곧바로 분열생식을 위해 물에 뛰어들어버린다.(인간의 생식방법이라면, 어린이영화가 역대급 집단 포르노물이 되었을 것.)

Baby Characters

Baby Characters

‘귀엽다’라는 감정의 심리적 근원을 찾아가다보니 다소 부정적인 서술이 많았다. 하지만 그 시각감정의 생물학적 이유를 다 알게 되었다고 그 감정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사람의 복잡한 사랑과 기호를 시각만으로 분석하는 것은 부당할 수 있으니.

여전히 나는 섹시한 여자보다는 귀여운 스타일의 여자가 좋고, 귀여운 물건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