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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s tagged 신체강탈자

World War Z (2013)

World War Z (2013)

21세기들어 좀비영화가 각광을 받고 있다. 종래의 공포물은 사회구성원과 이질적인 다른 소수의 유별난 존재가 괴물로 상정되어 집단에 가해를 입히는 양상인데 비해, 좀비물은 구성원의 다수가 괴물로 변하여 다수의 구성원을 전염시키고 다시 공격하는 양상이다. 클라이막스에 다다를 즈음에는 오직 극소수의 주인공들이 남는 것이 일반적이다.

The invaders of the body snatchers (1956)

The invaders of the body snatchers (1956)

신체강탈자(The invaders of the body snatchers,1956)류의 시나리오는 좀비물과 비슷하게 집단에 의해 조여오는 긴장감을 주고, 전염되 듯 적대적인 세력이 퍼져나가지만 전혀 다른 은유를 보여준다. 신체강탈자에서 그 적대적 집단은 외계인의 명령에 지배되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은 집단이다. 원래 이웃이었던 이들은 외계개체에게 신체를 하나하나 강탈당하고 주인공을 위협한다. (이런 부류의 시나리오에서 사람을 죽이고 외계개체가 똑같은 신체를 카피하기도 하고, 신체에 침투하여 두뇌를 지배하기도 한다.) 이들은 좀비들처럼 주인공들을 무섭게 비이성적인 표정으로 추격하지만, 이들은 마치 개미집단처럼 집단적 통제를 따른다. 피도 흘리지 않고 처음엔 말쩡하게 마을구성원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원작이 냉전시대에 발표된 만큼 이 괴물들에게서 우리는 집단체제와 이데올로기 세뇌의 공포를 읽을 수 있다.

그에 반해 좀비는 불특정 다수가 특별한 목적없이 사람을 공격하고 물어뜯는다. 좀비물도 구체적인 설정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광견병과 같은 바이러스를 통한 질병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통제할 수 없는 대량으로 마주침이 도시의 속성이기 때문에 도시는 전염성 질병에 취약하다. 근래 SAS나 A1인플루엔자를 격으면서 도시민들은 전염성 질병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냄새나는 똥은 하얀 도자기를 통해 숨겨 국가가 관리하고, 고름이나 피는 거즈로 철저히 덮어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거리를 수놓은 광고간판의 이미지는 포토샵으로 숨구멍을 지워서 맨들맨들한 살색만을 보여준다. 관리되고 배제되어온 현대문명에서 그 숨겨온 것들이 터져버린 시각적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좀비물의 미학인 것이다. 도시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통해 관음적 기쁨을 찾지만, 적당한 거리를 요구한다. (고독과 자유는 90%이상 일치하는 단어이고, 바로 도시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비는 피를 질질 흘리고 흘러내리는 살덩이를 가지고 나에게 곧바로 달려든다.

앞으로 도시의 사회학 관점에 더해 SNS에서 통용되는 공포의 감각을 더욱 섬세하게 비유하는 시나리오도 나올 것으로 예상해본다. Social Network Service 등을 통해 가볍게 연결되어 있는 유대관계는 단순한 감정표현과 대화, 인사말로 유지되고, 진지한 고민이나 마음은 쉽사리 나눌 수 없게 만든다. 현재의 좀비물로 다 설명되지 않는 별개의 섬세한 공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