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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s, Thought and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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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기능은 다양하다. 사람과 이야기 나누거나, 휴식을 취하거나, 공부를 한다. 카페는  길 위의 독립된 거실(living room)인 셈이다. 정시에 출퇴근하는 회사생활을 접고나서는 나도 혼자 카페에서 진득하게 책을 보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카페는 향기로운 커피와, 적당한 온도, 근사한 인테리어를 제공한다. 주위에 시끄러운 고객이 있을때는 불편하지만 적당한 테이블간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몇 군데의 아지트가 있다. 그 중에는 의외로 특정지역의 엔젤리너스카페나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있다.

느슨한 패션
물론 이태원이나 상수동에 있는 개성넘치는 하이엔드(high-end) 카페들도 즐겨 찾지만, 그런 곳에 갈 때는 스스로 그 곳에 맞는 패션을 갖추게 된다. (주부가 시장에 갈 때와 백화점에 갈 때의 패션이 다른 것과 같은 개념이겠다.) 프랜차이즈 카페는 버거킹 정도의 패션적인 가치를 지녀서 그 정도의 느슨함이 용인된다. (스레빠 끌고 들어갈 수 있는 정도.)

희미한 관계성
개성넘치는 카페에는 그 개성을 표현해줄 수 있는 점주나, 매니저가 상주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몇번만 들러도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좋던 싫던 내가 드러나고 그 사람의 인상이 내 기억에 아로새겨져 서로의 관계가 생성된다. 하지만, 편의점과 같이 흔한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에서는 그 정도가 미미하다. 비슷한 인테리어와 정해진 점원의 유니폼은 그들의 개성을 지운다. 점원들도 일용직인 경우가 많아, 정해진 역할의 일을 할 뿐이다. 어제 들른 커피숍의 점원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녀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

큰 규모- 감시로부터의 자유
카페의 규모는 제각각이지만, 일단 프랜차이즈 카페는 중형 이상의 공간넓이를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큰 규모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는데, 점원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이 첫번째다. 점원은 커피를 만들어 내어주고 매장을 깨끗히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고객의 입장에서는 커피를 받고나면 점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근데 반대로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보다 많은 고객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소비를 하고 돌아가는 것이 좋다.(매장 회전율) 카페에서 구매를 마친 고객은 관리의 대상이 된다. 그가 쓰레기로 자리를 어지럽히기라도 한다면 청소를 해야하니 주기적으로 손님을 관찰해야 하지 않겠는가. 프랜차이즈카페의 점원은 대부분 아르바이트생이고 그들은 매출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자주 들르는 프랜차이즈 카페에 점주가 매장을 둘러볼때면 그의 행동이 여간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큰 규모- 관음의 풀(pool)
도시에서는 아침부터 잠에 들때까지 많은 수의 사람들을 길에서 마주친다. 그것은 기쁨이다. 나를 포함한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들은 그 기쁨을 새삼스레 의식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늘 일상에서 관음과 노출을 즐기고 있다. 우리는 카페에서 자기일을 하거나 일행과의 대화에 빠져 있지만, 무의식 중에 주변인들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다. 카페가 크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관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 앉아봤다면 이것이 어떤 느낌인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에서 프랜차이즈 카페가 주는 독특한 편함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만들어주는 익명과 적당한 관음의 기쁨이 바로 자유라는 것이고, 이것이 인간미 없는 신자유주의 도시의 미학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