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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works, Thought and Life

Posts tagged HAFY

HAFY는
Happy Alternative Functional Youths
(행복한 대체가능한 기능적 젊은이들)의 이니셜을 따서 지은 이름으로
염승일(YOMSNIL)의 캐릭터 프로젝트입니다.

HAFY는 현시대를 대체할 신인류를 은유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때로는 싸우고, 협력하며 시간의 너머로 진화해나갈 그들.
형태적으로 머리 위의 다양한 모양의 뿔은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유전자 다양성을 상징하고, 뻥 뚫린 눈은 그들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향해 달리는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HAFY의 모습에서 현재의 인간군상들과 미래인류의 모습을 보여주길 원합니다.

#hafy #yomsnil #하피 #hafyhat #diversity #유전자다양성 #다양성

YOMSNIL 2013~2017 POPUP SHOW at KLEE, SEOUL
HAFY Coushion
HAFY Doll Poster
Pakcage Design of HAFY Doll 1
Pakcage Design of HAFY Doll 2
Pakcage Design of HAFY Doll 3
Walking guys are walking, at the exhibition 2015

YOMSNIL X SUPERCOMMAB collaboration 2016 SS

YOMSNIL X SUPERCOMMAB collaboration 2016 SS, Seoul Fashion Week

내년 봄여름 시즌에는 (주)코오롱의 슈퍼콤마비와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제작합니다.
첫 작품으로 HAFY캐릭터를 패턴으로 넣은 티셔츠와 반바지 등이 서울패션위크에서 선보였습니다.
슈퍼콤마비 2016 SS 염승일 아티스트 콜라보레이션 라인을 기대해주세요.

Renewals of Character

투박했던 스팀보이 윌리가 미키마우스가 되었듯이, 좀 덜 귀여웠던 어두운 느낌의 HAFY를 귀엽게 업그레이드했다.
이제 이걸로 그림도 그리고 장사도 할꺼다. 돈 벌꺼다!

소비적인 삶의 정점에 있었던 2009년, 나는 철학공부를 시작하였고, 섣부른 철학공부는 나를 반문명적인 생각들로 몰아갔다. 다시 현대문명을 긍정하기까지는 5년 정도가 걸린 것 같다. 2014년부터는 다시 철학적인 안정감을 찾았다. 그래서 지금의 내 철학들을 다시 짚어보자. 단편적인 예술활동에서는 이런 것들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HAFY의 내러티브에는 이러한 나의 태도가 고스라니 드러날 수 밖에 없다.

-다위니즘
다윈혁명 이후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어린시절 기독교의 테두리 안에 있었다. 진화론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으나, 공부를 통해 이제 명확히 깨달았다. 이기적인 유전자는 어느 책보다 쉽고 명쾌하다. 강력한 사회생물학적 통찰이 있다.  각 주체의 투쟁과 경쟁, 생존 기술을 인정하게 된다. 종교라는 자기통제에서 바라본 세상은 얼마나 비논리적이고 허황되었던가?

-멘탈甲
기본적으로 적자생존을 인정하고 나면 생존을 위해 사회에서의 나의 위치를 파악하고 투쟁하거나 협조하게 된다. 감성적으로 징징거리는 사건보다는 맞서 싸우고, 생존해 나가는 드라마가 매력적이다.

-분류학
자신의 위치를 알려면 분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투쟁하거나 협력할 수 있는 상대를 알기위해서는 분류(classing)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선입견이지만, 동시에 생존기술이다.

-다원주의와 소멸
세상엔 이런저런 다양한 유전자들이 있어야 한다. 변화된 세상에서 어떤 유전자가 적합할지 모르니까. 지구 안의 인류문명의 영속성을 위해서는 문화단위(myme)를 포함한 다양한 덩어리가 다채롭게 지구 위에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인권에 제약을 가하는 문명들은 어떤가? 여자에게 검은 천을 뒤집어 씌우게 한다거나 노예제를 인정하는 문명은? 계속 존재할 가치가 있는가? 과학으로 유럽에서 기독교가 소멸했듯이, 하루종일 코란을 읽히는 문명은 결국 소멸하거나 변화해야할 문명이라고 생각한다.

-관찰자
그런 문명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와 문자로 교류하고 평화적으로 싸워 변화해야 한다. 인종청소나 식민지배는 가학적이다.  괴로운 주체가 많다. 사회의 계층 다툼도 마찬가지다. 이 생존의 역사 위에 예술가라는 나의 역할은 관찰자이고 위트있는 기록자이다.

-귀여움
그래서 귀여워야 한다.  귀엽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적의를 품거나 해할 수 없는 외향적 특질이다. 나는 너희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역할을 할께. 내가 계속 지켜보게 해줘. 실생활과 달리 기록을 해야하는 예술가적 자아는 계속 귀여워야 한다.

-도시자아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살았다. 시골에 살지 않았으니 도시가 주는 자유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 공부했고 깨쳤다. 스쳐가는 얼굴들 사이에서의 고독과 자유로움을 알게 되었다. 행복은 지속적인 적당한 거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일정수준의 간섭과 단절의 시간을 교차시키면서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Social Network Service
모두 연결되어 있고, 타임라인을 통해 소식이 전해진다. 만나지 않아도 상대방의 근황을 잘 알고 있다. 당신의 facebook 친구 리스트 중에 몇명의 섹스를 했던 상대와 몇명의 키스했던 사람이 있는가? 몇명 정도의 삶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는가? 과거에 연인들이 적대적으로 헤어지면, 관계를 끊고 다른 세상의 삶을 살 수 있었지만, 이제 세상은 SNS로 묶여 있어 연결을 끊어낼 수 없다. 그래서 도시민의 윤리처럼 적당한 매너로 마무리하고 적당한 거리로 되돌아 가야한다. 마치 길에서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처럼 낮은 연결고리로 사람들의 얼굴이 주렁주렁 엮여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리스트와 관계가 확보된 상황에서 필요에 의해 재기용된다. facebook을 켜면 하루에 3~4번은 생일축하 메세지를 건내야한다. 그래서 난 2013년부터 아무에게도 facebook 생일축하메세지를 보내지 않는다. 더 민주적인/ 자유주의적인 태도로 평준화된 거리를 만든다.

-이미지라는 밈(MYME)
이제 동시대에 인정 받지 못한 예술이 후대에 재평가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이미지는 순식간에 NET을 타고 공유되어 전 지구로 퍼져나간다. 인류는 방대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선배들이 만든 이미지는 사라지지 않고 보존된다. 그렇게 시각물도 밈MYME으로서 남아 생존하기 위해 새로워야 하고, 후대에 인용되어야 한다.

원래 HAFY는 십대 시절부터의 나의 꿈인 Happy Artist For You의 약자이고, 첫 홈페이지의 주소이기도 했다. (hafy.net; 도메인 사용계약 갱신을 놓치지 않았다면, 지금도 계속 이 주소를 썼을 것이다.) 어렸을때부터 캐릭터 중심적인 작업을 했다. 어렸을땐 지점토로 무언가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눠줬고, 대학생 때는 나의 상상을 담은 캐릭터 세트를 만들어 책상 앞에 붙여놓곤 했다.

호로박사와 간호사 야메(2000) / 파인애플V(2002)

20대초반에는 플래시 애니메이션 <닥터호로와 간호사 야메>를 홈페이지에 올려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른바 캐릭터 사이트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20회 정도의 웹툰과 1편의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쌈넷모션그래픽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머의 전개방법이 고정적이었던 편이어서 소재 고갈을 느끼고 접게 되었다. 그 뒤 공모당선를 통해 인터넷 조선일보 사이트와 나의 홈페이지에 1년간 주 2회 <파인애플V>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하였다. 그 뒤에 그래픽디자이너로 긴 회사생활을 했고, 30대중반에 다시 도시문명의 반성을 담은 우화형태의 <블랙포레스트스토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20회분 정도 의 이야기를 만들었었다.

The Black Forest Stories (2010)

캐릭터는 확고한 철학이 없으면 지속적으로 힘을 주고 유지하기가 어렵다. 자기반성적인 성격이라 더욱 그러하겠지만, 어느 순간 하던 일이 보잘것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만큼 평생을 이끌어갈 수 있는 단련된 최종형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많은 고민을 했다.

회사원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와 30대 중반의 나이에 나의 최종형의 캐릭터로서 만든 작품의 이름에 HAFY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뒤에 역으로 Happy Alternative Functional Youths라는 의미를 찾아 부여했다. 최종형인 만큼 나의 꿈이었던 그 이름을 주고 싶었다. 휘발성 강한 캐릭터산업계보다는 예술계에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반짝하고 사라진 마시마로를 보라. (물론 그렇게 한시대를 풍미하고 공동의 기억으로 남는 것도 큰 영광이고, 의미있는 일이다만.)

2011년도에 일차적으로 짜임새가 있는 하나의 HAFY의 스토리를 만들었지만 투쟁적이고 반자본주의적이었던 당시의 내 철학이 고스라니 반영되었다. 현실부정적인 태도는 작품의 힘을 계속 실어나가기 힘들었다. 사실 그 시절은 반문명적인 생각으로 삶을 사는 의미 자체를 먼저 찾았어야 했다.

HAFY의 도자기 캐릭터를 만들었음에도 그것의 컨탠츠가 없는 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2012, 2013년 2년여간은 문래동에서 도자기 작업에 집중하며 나의 새로운 조형 상징성을 찾아내고 내러티브없는 작업에 집중하였다. 도자기 작업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럴싸한 갤러리에서 초대전의 기회를 가졌고, 예술계의 언어방식을 몸에 익혀 2015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참여하는 영예까지 안았다. 모든 작품에 캐릭터성이 강하게 녹아있지만, HAFY라는 이름을 준 캐릭터 프로젝트는 잊혀져 갔다. 내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링크가 걸려있었고, 작년말 CA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도 구체적인 계획 없이 HAFY캐릭터를 전개하겠다고 감정적인 계획을 밝혔다.

2015년도의 작업방향도 대체로 조형과 심미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잡혀있었다. 방향성은 확실히 캐릭터 산업보다도 예술계를 향해 있다. 하지만, 주머니에 숨겨둔 송곳이 드러나지 않겠는가? 올해초의 Future Fab 워크샵 프로그램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자극받고, Pictoplasma의 초대전을 준비하면서 다시 자극을 받았다.  그리고 나와 함께 동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 찾아와 확실히 발화점이 되어주었다. 철학에서는 상이한 차이가 있는 사람이지만, 내러티브로 승부하는 세계의 사람과의 대화는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그래서 그렇게 손 놓아두었던 HAFY를 다시 만지작 거렸고, 보다 상업적으로 예술적으로 가능성있는 형태로 가다듬어내고 있다.

10여년간 한국과 일본에서 디자이너이자 아트디렉터로서
일하고,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아티스트로
데뷔했습니다. 다위니즘을 바탕으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위트있는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이 되었건 귀여운 표정으로 만들어내곤 합니다.
-염승일 작가노트 중에서

내 작품에 대하여 ‘귀엽다’라는 말을 잘 듣는 편이다. 그래서 나의 작가 설명에도 당당히 그렇게 적어놓았다. 근데 과연 귀엽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일단 사전을 찾아보자.

귀엽다[형용사] 예쁘고 곱거나 또는 애교가 있어서 사랑스럽다.
유의어 : 사랑스럽다, 깜찍하다, 기특하다
-국립국어원 제공 NAVER국어사전

귀엽다= 나를 헤칠 수 없다
귀엽다라는 것은 그의 모습으로 인해 위협을 느끼지 않는 감정 상태를 말한다. 아기 사자와 성체가 된 사자를 비교해보라.?동물들에게 ‘귀여움’이란 특징을 보이는 시기는 유아기가 대표적이고, 갓태어나서 ‘전투력’이 없는 유아들은 귀여움으로서 자신의 생명을 보호받는다. 리차드 도킨스나 일반적인 진화론자의 관점에서 보면 전투력이 없는 유아기의 동물들 중에 귀엽게 보이는 신체적 특질을 가진 유전자가 주변동물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여 생존률이 좋았을 것이다. 귀엽다는 특질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시각적 호르몬인 것이다.

귀엽다= 상대할 가치가 없다
동물의 귀여운 시절은 대체로 짝짓기의 대상이 될 수 없는?1차 성징 전의 가임불능의 시기이다. 동물의 섹스에는 많은 위험이 따른다. 숫컷은 짝짓기를 위해 피를 흘리며 싸운다. 사람 역시도 그 성적 에너지 (테스토스테론[위키링크]) 때문에 청소년기에 많은 일탈과 모험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짝짓기 시기의 동물은 이성이던 동성이던 다양한 위협의 요소가 있고, 짝짓기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대상에 귀여움을 느낀다.

‘귀엽다’라는 말의 반대말, ‘섹시하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내가 생각하는 ‘귀엽다’의 유의미한 반대말은 ‘섹시하다’이다.

그룹의 '나나'와 '리지'

그룹<오렌지캬라멜>의 ‘나나’와 ‘리지’

똑같이 호감이 가는 대상이라도 나나는 섹시하고, 리지는 귀엽다. 나나는 멋있고, 리지는 앙증맞다.

‘섹시함’이란 무엇인가?
예전에 대학생 시절에 내가 싫어하던, 신경전을 벌이던 여자와 섹스하는 꿈을 꾼 적이 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보노보 원숭이[Wikipedia_EN]처럼 섹스로 긴장관계를 해소하는 심리였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날카롭게 경쟁하고 있었을 지언정, 그녀는 상대할만한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날 위협할 수 있는 강한 존재와 평화적 합병으로 힘을 모은다면 더욱 나의 힘을 강화시킬 수 있다.

다시 돌아가 나나와 리지의 사진을 보자. 노란 병아리가 날 헤칠까봐 걱정이 되지 않는 것처럼 아담한 리지에게서 위협을 느끼기는 힘들다. 나나는 신체적인 압도감을 바탕으로 톡 쏘아붙일 것 같은 긴장감을 준다.?나나는 섹시하다. 섹시하다는 말은 섹스의 욕망을 불러 일으킨다는 의미인데, 섹스란 나의 유전자를 우수한 유전자에 교합시켜 내 유전자의 생존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다. 섹시함은 원활한 출산을 상징하는 풍만한 골반과 위험으로부터 멀리 달아날 수 있는 긴 다리, 건강함을 나타내는 잘 관리된 윤기있는 피부와 긴 머리 등.. 신체적 건강함과 우월함에 기본을 두고 있다. 물론 오늘날의 병약함과 죽어감의 병적인 섹시함이 또 하나의 장르를 이루고 있지만, 이는 위대한 인간 문명의 뒤틀린 취향의 산물일 뿐이다.

전복된 귀여움의 예

-에로카와
귀엽고 섹시한, 에로카와( エロかわ:エロい、可愛い의 합성어)
물론 섹시하다라는 특성과 귀엽다는 특성이 디지털처럼 정확히 구획이 나누어져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귀여우면서 동시에 섹시할 수도 있다. 재패니메이션 모에 장르의 대표적인 특징 중에 하나인 에로카와는 정복가능할 것 같은, 편안한 귀여움에 섹스의 환타지를 심었다.?섹스대상은 긴장감이 따르고 피곤하기 마련인데, 그것의 긴장감을 해소시킨 것이다.

Erokawa-Master

Erokawa-Master


– 귀여운 모습의 잔혹한 캐릭터들
Futurama의 Nibbler(아래왼쪽[Futurama_wiki])는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행성들을 파괴하는 파괴자로서 ‘귀여움’이라는 편견을 전복시킨다. 귀엽던 모습의 기즈모는 물을 접촉하여 그렘린을 낳고(분열생식), 기즈모의 자식인 그렘린들은 출생부터 성인의 모습을 하며 폭력을 일삼는다. 또한 곧바로 분열생식을 위해 물에 뛰어들어버린다.(인간의 생식방법이라면, 어린이영화가 역대급 집단 포르노물이 되었을 것.)

Baby Characters

Baby Characters

‘귀엽다’라는 감정의 심리적 근원을 찾아가다보니 다소 부정적인 서술이 많았다. 하지만 그 시각감정의 생물학적 이유를 다 알게 되었다고 그 감정을 폄하할 필요는 없다.
사람의 복잡한 사랑과 기호를 시각만으로 분석하는 것은 부당할 수 있으니.

여전히 나는 섹시한 여자보다는 귀여운 스타일의 여자가 좋고, 귀여운 물건들이 좋다.

간략화와 그에 따른 장애
캐릭터의 묘미는 간략화된 신체에 있다. 사진과 영상이 발달하여, 그대로 제현된 인간의 이미지(배우,아이돌, CF모델)가 넘치는 현대에서 그림의 매력은 실사와 다른 가상이거나 실사를 뒤튼 상(像)일 것이다. 간략화된 캐릭터의 매력은 단지 실사의 인간의 상과 다르다는 것 뿐만은 아니다. 동그랗게 원 안에 평행한 두개의 원을 그려넣으면 우리는 그것을 얼굴로 인식한다. 간략하게 그린 그 얼굴엔 다양한 주변의 인물들을 대입시켜 떠올릴 수도 있다. 캐릭터의 경우에는 원형-매체-인식의 단계에서 매체를 비틈으로서 인식의 재미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간략화된 캐릭터는 간략화를 통해서 장애(handicap)를 얻게 된다.

미피는 손가락과 코가 없고, 벌어지지 않는 입을 가지고 있다.
키티는 벙어리장갑 같이 엄지손가락만 있는 손이 있고, 입과 발가락이 없다.
스폰지밥은 귀가 없고, 패트릭스타는 코와 손가락이 없다.

미피는 반지를 낄 수 없고, 콧구멍을 팔 수 없다. 키티는 (할 필요가 없겠지만,)?손가락욕(F**k you sign)을 할수 없다.

물리적 한계를 지닌 캐릭터들

물리적 한계를 지닌 캐릭터들


HAFY 캐릭터의 신체적 특징


내가 그리고 있는 ‘하피’ 역시 인간의 신체를 간략화하고 변형하면서 장애가 생겼다. 우선 나의 캐릭터 역시 손가락이 없다. 하지만, 계속 없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지는 않다. 손가락을 그려야 필요가 있을때는 그린다. 내 안에서 이것은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 대상을 원거리에서 봤을때 그 형체가 덩어리가 되어 보이고, 가까이에서 봤을때 신체의 부분이 인식되기 시작하는 것처럼, 그런 인식적인 틀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냥 길을 걸어가는 행인을 볼때 우리는 그 사람의 손가락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갑자기 멈춰서서 땅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면, 우리는 돈을 줍는 그 사람의 손가락끝을 의식하여 바라보게 된다. 그런 묘사의?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손가락을 그린다.


메멘토모리(Memento mori)를 상징하기 위하여 해골과 같이 뻥 뚫린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이 HAFY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근데 눈동자와 눈근육이 없다보니, 시선처리나 감정표현이 안된다. 도자기의 경우에는 그것을 3D로서 그대로 표현하고 있지만, 2D 이미지의 경우에는 표현력에서 잃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교묘하게 뚫린 눈 부분을 눈동자처럼 활용하고 있다. 관객의 눈을 기준으로 모든 투시를 맞추어 구멍을 내면 머리통 속이 비어있는 느낌을 주는데, 저 어둠을 눈동자로 활용하여 표현하면, 안에 까만 눈동자가 차있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마치 MC에셔의 그림에서 한가지 상이 음양으로 달라지면서 착시를 일으키는 것과 같이 한가지 사물을 다른 시점으로 볼때마다 그것의 격상이 바뀌는데, 나로서는 만족스럽다.


HAFY캐릭터는 귀가 없다. 하지만, 귀에 대충 수화기를 가져대거나, 귓속말을 할 수 있다. 귓구멍을 파는 것도 귓구멍을 측면에서 정확히 들여보는 씬이 아닌 이상, 무리없이 표현 가능하다. 얼굴 옆에 달린?귀의 위치때문에 인간의 관습적인 포즈가 있기 때문이다.

머리카락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피의 머리통에는 다양성을 상징하는 뿔이 박혀 있어, 기본적으로 모두 대머리와 같은 모양이다. 저 뿔들 자체가 머리카락이기도 하지만, 결국에 머리카락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는 만들 수가 없다. Bart Simpson이 삐죽삐죽 삐친머리를 빗는 장면을 볼 때 참 어색했던 기억이 있다.

어깨
머리가 크다보니 어깨가 거의 없다. 사회적인 관계를 설명하며 무등을 태우는 동작을 만들어내곤 하는데, 이럴때면 어깨를 좀 늘려서 그리는데, 아직 그리 자연스럽지는 못한 편.

다시 키티로 돌아가 생각해보자. 우리가 애완동물을 키우며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개나 고양이는 인간의 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개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커뮤니케이션한다면 얼마나 짜증나겠는가? 밥달라. 심심하다. 3세의 정신연령으로 얼마나 떼를 쓰겠는가? 그래서 키티는 애완동물과 같은 존재이고 입이 필요없는 것이다. 조용한 고양이 애완동물과 같은 성격인 것이다.

느슨하게 그때그때 가변적으로 신체를 변형하는 것이 HAFY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HAFY만의 아이덴티티가 흐려지지 않게 신경 쓸 필요도 있다.

이렇게 캐릭터마다 물리적 한계를 생각해보면 꽤 재미있다. 나중에 이런식으로 유명캐릭터에 대한 리뷰논문을 써봐도 재미있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