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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학2 : 도시의 제작자들, 메이드인문래 , 기획. 염승일

메이드인문래 2015

기획. 염승일
사운드 디렉터. 정진화
코스튬 디자이너. 윤지수
해드오브제 디자이너. 조서현
조각가. 천근성
협업업체. 제일기공, 형제목형, 효재금속
어시스턴트. 김현지

작가들에게 작업실의 위치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영감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염승일 작가는 문래동에서 2년간 작업실을 운영하면서 주변 상공인, 예술가들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다양한 매체에 도전해왔다. 그런 문래동의 환경적 영향과 협업관계를 그대로 작품화한 것이 ‘메이드인문래’다. 작가는 문래동을 중심으로 작업하고 있는 작곡가, 조각가, 소공인과 함께 문래동의 일상소리와 늘 접하는 소재들을 이용하여 문래동 거리의 풍광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본 작품은 서울문화재단의 지역문화예술 역량강화사업 ‘MEET 프로젝트’의 2014년도 선정작으로서, 2014년 9월 문래예술공장 studio M30에서의 초연에 작품을 추가하고 공연을 강화하여 재구성하였다.

메이드인문래 사운드트랙 Made in mullae soundtrack
정진화 / 10분5초 / 스테레오 사운드 / 2014

철이 부딪치는 굉음으로 문래철공단지의 이른 아침은 시작된다. 철관과 철판 등의 대형 자재들이 들고나면서 만들어지는 소음을 시작으로 철을 절단하고 용접하는 소리, 철물을 바닥에 던지는 소리, 컴프레서 소리 등이 문래동 골목에서 골목으로 울려 퍼진다. 정진화 작가는 문래동에서 거주하고 있는 음악인이다. 솔로 프로젝트 ‘식물의 이면’을 발매했었고, 프로젝트 그룹 ‘COMPASS’, ‘dssb’등으로 활동하며 영화나 공연의 음악감독을 병행하고 있다. 완성된 사운드 트랙은 10분 5초의 길이로 문래동에서 수집한 소음과 스테인리스 스틸 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을 분해-재배치하여 작곡하였다.

메이드인문래 퍼포먼스 코스튬
윤지수 / 솜, 합성섬유 / 2014

염승일 작가는 같은 대학의 조형대학 동문인 윤지수 디자이너의 졸업전시 작품을 눈여겨봤다. 양감이 풍부한 그녀의 패션디자인 작품은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쌓아올린 덩어리의 조형미와 기술적인 공통점이 있었다. 작가는 그녀에게 연락하여 프로젝트를 제안하였고, 3주 정도의 작업기간 동안 윤지수 디자이너는 염승일 작가의 스케치에 의복의 형식미를 더해 착용하고 무용할 수 있는 조형물이면서 동시에 의복인 작품을 실현시켰다.

메이드인문래 퍼포먼스
염승일 / 퍼포머: 이루다, 이루마, 임은조 / 2015

퍼포먼스는 환경 안에서 사물들을 발견하고 느끼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배치한 철물과 목재 조형물들을 문래동의 상징 요소로, 퍼포머는 그 환경 안에서 영향받고 교감하는 사람의 존재로 치환할 수 있다. 퍼포머는 작가 주변의 지인들에게 수소문하여 모집하였다. 2014년 초연에서 워크샵 형식으로 즉흥적으로 만들었던 퍼포먼스를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다. 전문적으로 무용을 전공한 퍼포머들과 염승일 작가는 2주 정도의 시간 동안 3회 만나서 서로의 몸짓과 언어를 통해 함께 퍼포먼스를 발전시켜 구성하였다.

스테인레스스틸 상
염승일, 제일기공 / 스테인레스스틸 / 2014

쌓는다는 인류의 기초적 조형행위와 다양한 얼굴표정들은 염승일작가의 대표적인 조형요소이다. 그래픽, 회화 작업과 도자기로 보여주던 그의 시각요소를 이번에는 문래동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인 스테인레스 스틸로 제작하였다. 현재의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최초엔 알루미늄 주물로 양산가능한 모듈유니트나 도넛처럼 생긴 조형물을 기둥에 꼽는 방식으로 작품을 구상하기도 했다. 제작밥벙에 따라서 협업업체가 달라지는데, 최종적으로는 제일기공에서 스테인레스스틸 구를 결합시키는 형태로 제작하기로 확정하였다. 운반과 설치가 용이하도록 구를 분리가능한 설계로 제안한 것은 제일기공의 최재은 대표였다. 또 재미있던 점은 재료인 스테인레스구형의 1차적인 제작이 부산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문래동에도 구형을 제작할 수 있는 업체가 있었으나, 물류비를 포함하더라도 부산의 한 공장에서 만드는 것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문래동이라는 지역성을 표현하는 예술행위가 자연스럽게 한반도의 전역으로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제일기공에서는 염승일 작가의 도안에 맞춰 수작업으로 스테인레스 구에 얼굴을 새겨넣었다.

네가지 드럼
염승일, 제일기공 / 철 / 2015

효재금속에서 제작하고 방치해두었던 이동형 장식장의 뼈대에 을지로에서 사온 철제바퀴를 부착하고, 제일기공에서 직경이 다른 네가지 철제 바스켓을 만들어 달았다. 네가지 바스켓은 포개어 이동할 수 있도록 직경을 달리하여 제작하였다. 드럼에 대한 아이디어는 염승일 작가와 최재은 대표가 대화를 통해 도출해냈다. 더욱 청명한 울림소리를 만들기 위해서 바스켓의 철 두께를 1T로 정했다. 처음부터 소리를 의식해서 제작하였기에 무엇보다도 악기에 가까운 오브제다.

중첩된 세개의 구 조형물
제일기공 / 철 / 2012

제일기공에 놓여있던 홍보용 조형물이다. 쌓아올린다는 조형성이 이 오브제에서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염승일 작가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이 조형물을 탐내왔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제일기공으로부터 장기간 임대하였다. 최재은 대표는 빠우를 쳐서(광을 내서) 가지고 가라고 했지만, 염승일 작가는 문래철공단지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보여주기 위하여 별다른 가공 없이 그대로 가져와 설치하였다.

즉석모뉴멘트
염승일, 효재금속, 형제목형 / 철, 나무 / 2015

염승일 작가가 디자인하고 효재금속에서 만들었던 2개의 코너장식장의 철제 프레임을 마주보게 하고 그 위에 형제목형 김의찬 대표가 만들어준 목형을 올려 피스로 고정하고, 파란색 스틸테이프로 장식장의 몸을 감쌌다. 김의찬 대표는 자주 왕래하는 이웃 소공인이다. 작가의 도자기 작품들을 보고 김의찬 대표가 남아있던 통나무를 선반으로 깍아 염승일 작가에게 선물한 것이 바로 조형물 꼭대기의 목형인데, 이는 조형성의 인지와 그것의 전파라는 흥미로운 과정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파란색 테이프는 철제품의 보호를 위해 완성품의 포장에 사용하는 테이프로서 문래철공단지 거리에서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납품을 앞두고 길에 나와있는, 푸른 스틸테이프로 감싸진 제품들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친 사회초년생을 떠올리게 한다.

세가지 철관
염승일 / 철 / 2015

녹슨 철제 파이프 3개를 겹쳐 용접하여 붙였다. 가장 큰 덩어리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문래예술공장 앞에 버려져 있던 철덩어리다. 2014년 문래예술공장 Studio M30의 전시에서는 그것을 굴려서 문래예술공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과천까지 옮기기 위해 지게차로 들어 트럭에 실어와야 했다. 그 덩어리 위에 붙인 철관 짜투리는 문래동 2가의 원진철관에서 킬로당 500원에 매입하였다. 문래철공단지의 거리는 검붉다. 철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철가루 먼지가 만들어지고, 그 먼지들은 길 위에 앉아 비를 맞고 산화되어 붉어지는 것이다. 문래동의 비와 공기로 산화된 오브제는 지역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나무로 만든 구형
천근성 / 나무, 철, 혼합재료 / 2014

천근성 작가의 2014년 개인전 ‘순환 : 만물의 걸음걸이(2014)’ 작품 중 일부. 일상의 오브제들을 채집하여, 삶의 순환 ? 먼지, 원소로의 환원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작품은 본래의 의미를 그대로 담은채 ‘메이드인문래’라는 시리즈에 들어와서는 또다른 의미로 기능한다. 천근성 작가가 문래동의 작업실 주변에서 수집한 폐목재와 폐기된 목형을 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염승일 작가는 문래동의 환경을 상징하는 강력한 오브제로 봤다. 천근성은 3년간 문래동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거리조형물을 만들었던 작가로서 염승일 작가는 전시구상 초기부터 그를 협업작가로 염두에 두고 그에게 협업전시를 제안하였다.

고철로 만든 구형
천근성 / 고철, 철, 혼합재료 / 2014

천근성 작가의 개인전 ‘순환 : 만물의 걸음걸이(2014)’ 작품 중 일부. 문래밴딩에서 파이프의 절곡을 만들고, 천근성 작가가 직접 용접하여 회전가능한 손잡이와 스탠드를 만들었다. 손잡이에 문래동 일대에서 수집한 고철을 용접하여 붙이고 손잡이를 돌리면서 반원으로 된 규격틀을 벗어나는 고철들을 절단하는 방식으로 완벽한 구형을 만들어냈다. 철은 문래동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소재다. 작가는 문래동 인근에서 고철을 모았는데, 작품의 재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고물상 아저씨의 경쟁상대가 되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문래동의 아파트조감도와 파이프탑
천근성 / 철, 혼합재료 / 2015

2000년대 초반 문래동과 신도림역 일대의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문래철공단지의 주변은 높은 아파트와 빌딩들로 둘러싸이게 되었다. 화려하고 높은 빌딩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사이에서도 문래철공단지는 시간이 정지된 다른 차원의 세계인 듯 그대로 낮게 자리잡고 있다. 이미 15년이 넘었을 이 낡은 조감도에는 철공단지가 있을 부분이 하늘로 그려져 있거나 뿌옇게 흐려져 있다. 왜곡된 배경처리로 초현실적인 기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천근성 작가는 수집한 아파트조감도 3개를 평철로 프레임을 만들어 삼각으로 등을 마주하게 붙이고 그 안에 각파이프를 서로 경쟁하듯 높게 세워 문래동에 들어서는 새로운 환경을 표현하였다.